Kit Review
가조립 + 먹선 + 데칼
30주년 기념 킷이면 이정도는 되어야지!
2010년, 건프라 30주년을 기념하여 반다이에서 여러 가지 스페셜 킷을 내놓았지만, 하나같이 그다지 스페셜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30주년 HG 퍼스트 역시 새롭긴 하지만 품질적으로는 아주 노말해서 이펙트도 없었고.. 30주년 기념 MG 클리어 이벤트 역시 뭔가 상술의 냄새만 풀풀 나는 아이템이었죠. 30주년 기념이라면 적어도 어느정도 컬쳐쇼크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드디어 그런 킷이 나왔습니다!
1/144의 초정밀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반다이에서는 갑자기 RG(레알~ 그레이드)라는 등급을 발표했고, 그 첫타는 아주 당연히 퍼스트 건담이었습니다. 반다이에서는 발매 전부터 어디서 생긴 자신감인지 꽤나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많은 건오타들의 반응은 "왜 굳이 저런 조그만 사이즈를 고집하는가.."하는 약간 삐딱한 시선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을 자주 놀라게 만들어주었던 반다이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올거라는 기대감도 함께..
이렇게 말많고 탈많던 RG의 뚜껑을 실제로 열어보니, 이건 정말 제대로 "컬쳐 쇼크"를 주는 킷입니다. 결코 완벽하다고 말할 만한 킷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놀라움과 더불어 등에 식은땀이 흐르게 만드는, 어떻게 보면 짜릿하고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도 한 그런 킷이 나왔네요. 이 킷을 만들면서 내내 내뱉은 감탄사는 이겁니다.
얼레. 이거 1/144 맞어???!?!??
우선 이 킷에 대한 정보는 사전에 상당한 양이 알려졌지만, 눈으로 보고 듣는 것과 만드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굉장한 부품분할, 전신 가동 프레임, 현란한 가동성, 화려한 씰 등의 정보는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이걸 직접 만져보고 느껴지는 문화적 충격은 완전 차원이 다르네요..
이 킷은 애초부터 컨셉이 MG 같은 1/144를 추구하고 있는데, 그에 맞게 전신 내부 프레임은 물론 각종 슬라이드 기믹과 완벽한 색분할, 통짜 사출등의 고급 사출옵션은 죄다 때려박았습니다. 아니, 냉정하게 말해서 일반적인 MG급보다는 분명 한 두 레벨 윗급의 기술들이 대거 투여되어서, 오히려 PG를 만드는 느낌에 가까운 킷이 되버렸습니다.
● 충격과 전율의 전신 가동 프레임 + 가동성
가장 놀라운 건 역시 몸 전체를 구성하는 가동 프레임인데, 과거 PG 와 MG 퍼스트 1.5에서 선보여서 많은 이들을 전율하게 만들었던, 사출의 황제 반다이다운 기술입니다. 녹는 점이 미묘하게 다른 2가지 플라스틱 재질을 교모하게 사출하여, 런너상의 하나의 부품 곳곳에 가동부를 심어놓은 것인데.. RG에 사용된 것은 과거 PG/MG에 사용되었던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복잡한 수준입니다. 그동안 세월이 흘러 기술의 발전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통짜 부품 자체의 가동부가 엄청나게 많고, 심지어 무릎 슬라이드 연동 기믹 같은 것은 조립할 필요도 없이 아예 기믹 자체가 사출해주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리나 팔 이런 주요 부분만 제공하는게 아니라, 손가락, 발바닥, 심지어 빔사벨 고정핀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몸체의 주요 가동부분 일체가 모두 이렇게 가동 프레임으로 사출되어 버렸지요. 덕분에 폴리캡이란게 전혀 필요없는 킷이 되어 버렸는데, 이런 과감한 기술적 시도가 1/144에서 이루어졌다는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반대로 작은 스케일이라 내구성의 불안요소가 적어서 더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충격과 전율 그 자체입니다..
외장 부품의 분할 수준 역시 왠만한 MG는 가볍게 비웃어줄 정도로 엄청나게 쪼개져 있는데, 이러한 분할 장갑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인지 하얀색 장갑의 색감은 순백-약간회색-약간 누리끼리한 흰색 의 3가지 색상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덕분에 가조만으로도 부품이 꽤나 분할되어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오다이바-시즈오카로 이어지는 1:1 건담의 디자인/색상 컨셉을 가져왔기 때문에 이런 색조합이 나왔습니다.
가동성 역시 최신 MG/PG와 비교해야 할 정도로 최상급의 가동성을 보여주는데, 팔다리 완전 접힘은 물론 각종 슬라이드 장갑도 화려하게 재현되어 있어서 포즈 잡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부 관절은 약간 관절강도가 애매하긴 한데, 전체적인 관절강도는 우수한 편입니다.
● 고급스러운 기믹과 옵션들
RG의 크기는 1/144지만, 왠만한 MG를 능가하는 킷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개발비를 투자한 것이 눈에 보이는 킷입니다. 한마디로 쓸 수 있는 기술은 죄다 끌어쓰겠다는 의지의 발현인데, 최신 MG처럼 죄다 통짜로 뽑아낸 바주카 파츠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색분할까지 완벽하고, 통짜 사출까지 상용되고, 심지어 탄창부의 디테일은 MG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지요. 빔라이플 역시 내부 프레임까지 재현해주는 거만함을 보여줍니다.
퍼스트 킷이 나올 때 마다 항상 코어파이터와 코어블록의 재현 여부가 이슈가 되는데, 역시 RG는 1/144 스케일의 한계를 뛰어넘어, 가변형 코어파이터를 변형시켜 내부에 수납할 수 있도록 재현하고 있습니다. 코어파이터는 자체적으로 캐노피도 오픈되며, 몸체의 콕핏 해치 오픈 기능은 아주 당연한 듯이 구현되어 있지요.
코어 블록의 재현에는 새로운 시도가 한가지 더 추가되었으니, MG나 PG처럼 고정형과 코어파이터 2가지 코어블록을 수납할 수 있지만 고정형 코어블록에 볼관절 2개를 심어놨다는 점이 다릅니다. 즉 가동이 불가능한 코어파이터 대신 고정형 코어블록을 허리에 끼우면, 어느정도 허리관절로서 가동도 가능하게 재현되었습니다. PG나 MG에서도 보지 못한 실로 놀라운 시도인데, 다만 가동범위가 그리 넓진 않아서 티가 잘 나지 않는 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보통 1/144 하면 무장 고정부나 각종 변형 기믹은 교체식으로 구현하는게 당연하다고 여겨왔지만, RG는 다릅니다. 궁디 뒤쪽의 바주카 고정부나 코어파이터 변형기믹 등등 모든 기믹에 교체식이 아닌 자체 가동방식을 채택하고 있지요. 즉 지금까지 스케일이 작기 때문에 재현되지 않았다라는 건 변명이고(^^;) 그냥 개발비를 절약하고 구현의 정도를 조절하기 위함이었겠지요. 그런 면에서 이 RG는 그동안 아껴왔던 모든 기술을 죄다 구현하려고 작정한게 눈에 보입니다.
스티커 씰 역시 전에 본적이 없는 초 하이퀄리티 씰인데, 반짝이는 은색/구리색 씰은 물론 투명한 씰의 품질 또한 매우 좋습니다. 씰의 양 자체도 왠만한 MG보다 훨씬 많아서, 안그래도 색조합이 화려한데 씰까지 붙이면 그 화려함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 완벽할 수만은 없다
기믹과 구성적인 면에서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라는 수식어를 수십군데는 붙여야 할 킷이지만, 완벽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선 과다한 정밀 기믹과 가동부 덕분에, 전반적으로 킷을 만질 때 안정감이 떨어집니다. 하도 여기저기 움직여주니까 한번 각잡아서 세워줄 때 만져야할 부분이 많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자세가 잘 흐트러진달까요? 가동부가 워낙 많아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장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특히 3중 가동까지 재현된 발 자체는 좋긴 한데.. 가동부 때문인지 접지력이 애매~합니다. 물론 어느정도 각을 잡아주면 세워두는데 큰 무리는 없지만, 뭐랄까.. 바닥에 착 밀착되는 듯한 접지력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뭔가 건중건중 서있는 느낌?
그와 더불어 실드의 고정핀이 헐렁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팔뚝에 꽂아줘야 하는 부분의 유격이 이상해서 고정이 안되어 당황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는데.. 이 경우 좌우 팔뚝의 골격이나 장갑의 결합이 바뀐 경우입니다. 좌우가 대칭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조금 다른데, 다시 분해해서 매뉴얼을 보며 좌우를 잘 구분해서 재조립해보면 실드가 고정될 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제대로 조립하더라도 딱히 고정성이 튼튼하지는 않아서.. 저처럼 고정부에 테잎을 두르는 간단한 처방으로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합니다.
실드 말고 빔라이플과 바주카, 빔사벨의 경우도 MG처럼 손 바닥의 구멍에 고정할 수 있도록 돌기들을제공하긴 하는데.. 전체적으로 고정하기가 그렇게 수월하진 않습니다. 고정이 되긴 되는데 여러번 낑낑대고 고생해서 끼워줘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무장의 고정 부분은 뭔가 아쉬움이 남는 킷..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불편함은 아무래도 수많은 부품들 , 특히 작은 부품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작은 크기에 엄청난 부품을 때려박아놨기 때문에, 부품을 자르거나 다듬을 때, 또 조립할 때 작은 부품 한두 개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릴 소지가 매우 다분합니다.. 저역시 조립중에 특정 부품을 몇 번씩 잃어 버렸다가 다시 찾았는지 원.. 나름 고토부키야 아머드코어 시리즈에 단련되었다고 생각되었지만, 역시 주의해야하긴 하더군요. (아머드 코어 킷 파츠는 진짜 눈꼽만한 부품들 많습니다..)
그게 참 희안한게요.. 틱~ 하고 날아가 버리면 찾기 힘들다는건 알지만, 그저 다듬다가 살짝 밑으로 떨여뜨렸을 뿐인데도 10분이상 헤메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 과거 다른 반다이 킷에서는 별로 없던 상황인데, 부품 찾느라 고생좀 했습니다. 특히 제 경우 무릎쪽의 F-1 부품과 E-29, E-30 이 자꾸 사라져서 고생했으니, 참고바랍니다.
또 팔 부분의 가동 프레임을 다룰 때.. 매뉴얼에 보면 팔 위쪽에 꽂힌 정크같이 생긴 파츠 2개를 떼어내라고 되어 있는데, 절대로 버리면 안됩니다. 이 파츠는 실드의 고정용 파츠이기 때문에 이거 없어지면 실드를 공중부양시켜야 해요 ^^; 일어해독이 안되서 얼결에 버리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꼭 주의 바랍니다.
초고품질의 씰을 붙일 때도 주의사항이 있는데, 1/144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많은 양의 스티커가 제공됩니다. 분량으로는 거의 버카 수준? 물론 스티커다 보니 붙이기가 어렵지는 않고, 씰 주변머리도 최소화 되어 있어서 모든 씰을 그대로 붙여도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씰의 크기가 작아서 떼어내다가 잃어 버릴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특히 고품질 씰 답게 두께가 두껍고 탄력이 좋은 편이라.. 보통의 반다이 씰과 달리 커터 끝으로 떼어내다가 탱~~ 하고 탄력있게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심조심 살살 떼어내기를 권장하며, 저도 결국 한 개는 못찾아서 못붙였습니다.. (리뷰 보고 누락된 씰이 어딘지 찾아내는 분은 진짜 대단한 분.. ㅋ)
그 외에 전/후면 스커트와 백팩의 버니어파츠가 잘 빠진다거나 하는 사소한 문제도 있긴한데.. 이런 문제점들이 전체적인 퀄리티에 압도되서 일단 완성하고 나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
● 건프라계의 "AVATAR"
RG 퍼스트는 한마디로, 반다이의 모든 최신 설계기술/사출기술의 집합체라고 느껴집니다. 1/144라는 작은 스케일임에도 반다이가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부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왠만한 MG를 능가하는, 거의 PG에 가까운 퀄리티를 보여주는 초절정의 기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다이가 미치면 이렇게까지 만들 수도 있구나.. 라는 느낌? 사출기술이라면 저도 업무상 조금 아는 부분인데, 이 킷에 사용된 기술들은 거의 (특히 가격대비) 캐사기입니다. 이런게 어떻게 2500엔밖에 안하는건지..
물론 엄청난 기믹에 비해 자그마한 크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손이 커서 작은 부품들의 조립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피해야할 킷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호불호를 뒤로 하더라도, 이 킷의 가장 큰 묘미는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듯한 "컬쳐 쇼크" 그 자체입니다. 사진을 보고 얘기를 듣고 리뷰를 보는 것만으로는 10%도 느낄 수 없습니다. 만들어보면 다릅니다..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과 직접 만드는 느낌은 너무 다릅니다. 이렇게 만들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느낌, 그런게 프라모델의 묘미일 수도 있겠지요.
이 킷은 앞으로 건프라계의 "아바타" 같은 킷이 될 듯 하네요.. 마치 영화 "아바타"를 보지 않고서는 향후 몇 년간 영화를 논할 수 없다고 평한 평론가의 말처럼, RG를 만들어보지 않고서는 한동안 건프라를 논할 수 없을 듯. 저 역시 향후 다른 킷들의 리뷰에 있어서 반다이의 기술 백화점같은 RG에 대해 수없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반다이가 정말 이렇게까지 개발비를 아낌없이 퍼부었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드는 킷은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단돈 2500엔에 만엔이 넘어가는 PG급의 감흥을 얻을 수 있다는 건 복받은 일일지도 몰라요. 정말 미칠 듯한 퀄리티가 어떤건지 충격을 경험하고 싶은 분이라면, 일단 찜!
RG Gundam | 2010. 7 | ¥2,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