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스 애니메이션의 2016년 신작, 마크로스 델타에 등장하는 VF-31J 지크프리드 하야테기가 1/72의 변형킷으로 발매되었습니다. 마크로스 프론티어의 VF-25 이후 8년만의 신작 마크로스 킷인데요. 물론 그 중간에 오리지널 VF-1이 새롭게 발매되었지만, 반다이 최고의 망작으로 꼽히며 무참히 묻혀 버렸죠..
그런데 VF-1의 대실패 후에 나온 새로운 마크로스 변형 킷이라 그런지, 이번 VF-31만큼은 반다이 개발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개발한 기분이 드는데요. 지금까지 나온 비행체 변형 킷 중에서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파이터 모드로의 변형 방법이 기존의 발키리와는 많이 다른데요. 전통적으로 다리 안쪽으로 배치되던 팔을 날개 아래쪽에 수납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으며, 수직으로 접히던 콕핏부가 수평을 유지하면서 다단계로 접히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두가지 변화 덕분에 기존의 발키리와는 느낌이 많이 바뀌었는데, 그래서인지 발키리라는 전통적인 명칭을 버리고 "지크프리드"라는 새로운 명칭을 쓰고 있긴 하네요.
팔이 날개 밑으로 들어가는 설정 때문에 팔뚝이 극세사 처럼 얇아진 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을 듯 한데, 날개 밑에 완벽하게 수납되기 때문에 기능적으로는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덕분에 다리의 배치가 원활해졌고, 몸체 하부 중앙에는 좀더 듬직한 무장을 수납할 수 있게 기능적으로도 개선된 면이 있네요.
배트로이드 모드에서 수평으로 배치되도록 바뀐 콕핏부는 기존보다 훨씬 복잡한 기믹구조를 갖고 있어서 처음 변형할 때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요. 구조에 익숙해지고 나니 (리뷰하려면 보통 여러번 반복 변형을 해야합니다..) VF-25 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변형이 가능합니다. 특히 VF-25의 경우는 가슴 장갑 앞쪽 중앙커버가 고정되어 있어서 기수를 회전시킬 때 상당히 걸리적 거렸는데, 이번 VF-31에서는 그부분이 가동식으로 접혀지기 때문에 변형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또한 다단계로 접히는 중간에 고관절부를 기수 아래 랜딩기어 고정핀에 수직으로 꽂을 수 있기 때문에, 튼튼한 고정성과 더불어 허리가 수평으로 회전되는 관절기믹까지도 재현되었네요.
이렇게 변형과정이 좀더 자연스럽고 치밀해진 점도 훌륭하지만, VF-25에 비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개선사항은 "고정성"부분입니다. 모든 모드에서의 고정성이 비교할 수 없이 업그레이드되어서, 배트로이드로 세웠을 때는 커다란 등짐에도 불구하고 꼿꼿이 잘 서있고, 불안정한 무게중심의 거워크 모드에서도 각이 잘 잡히며, 파이터 모드의 견고한 고정성은 감탄스러운 수준입니다.
VF-25에서도 variation이 거듭되면서 고정성을 개선하는 파츠들이 점점 추가되었는데, 이렇듯 이번 VF-31은 마크로스 변형킷의 고정성에 관해서는 거의 완전판에 가까운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모든 발키리 킷에서 가장 불안했던 고관절부를 굉장히 빡빡하고 튼튼하게 만들어놓았고, 거워크/파이터 모드시에는 상판의 수평을 유지하는 별도파츠를 추가함으로써 어떤 변형상태에서도 수평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네요. 또한 팔다리를 접고 넣을 때 위치가 혼동되지 않도록 적재적소에 고정핀이 위치해 있어서, 어떤 위치로 배치하더라도 각이 제대로 잡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액션베이스1과 결합하기 위한 조인트 파츠도 모두 개선된 형태라서, 어떤 모드로 올려놓아도 스탠드 위에서 튼튼하게 고정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네요.
다만 이런 완벽한 변형과 고정성을 위해 일부 파츠는 교체 및 탈착, 추가가 되어야 하는지라 "완전변형"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완전변형보다는 약간의 부분교체/추가파츠를 통해 고정성을 잡아주는게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을 내준 듯 하네요.
아쉬운 점으로는 머리뿔이 너무 약해서 쉽게 부러진다는 점과 (저도 부러져서 본드로 붙였습니다 ㅠ_ㅠ) 변형기믹이 더욱 복잡해져서 처음에는 꽤나 혼란스럽다는 점, 그리고 변형관절들이 대체로 뻑뻑한 편이라 변형중에 힘조절을 잘 못하면 일부 파츠들이 자꾸 떨어져 나간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자꾸 떨어지는 파츠들은 본드로 고정해도 되는 것들이 많아서 붙여도 그만인데요, 대표적으로 2개의 날개경첩이 존재하는 날개부는 본드로 고정하지 않으면 접을 때 마다 날개가 탈출해서 짜증지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리뷰 사진 참조)
그리고 배트로이드 모드에서 발의 수평각이 잘 안잡히는 문제가 있는데요. 엔진 노즐로 사용되는 발부분을 벌리면 앞뒤 발끝이 지면에 수평으로 잘 닿아야 되는데, 이부분이 좀 이상해서 앞발과 뒷발이 점점 더 벌어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덕분에 모양새가 구려져서 자주 발바닥을 조정하여 모양을 잡아줘야하는 귀찮음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발이 지면에 수평으로 밀착되지 않아도 전체적인 고정성이 좋아서 조금만 조심하면 딱히 자빠질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긴 하네요.
이렇듯 변형방법과 변형 후의 고정성 면에서 지금까지 나온 마크로스 변형킷의 끝판왕같은 킷으로서, 드디어 완벽에 가까운 로봇-비행기 변신로봇 프라모델이 나왔다는 점이 나름 감격스럽기도 합니다. VF-25 발키리도 나름 괜찮은 변형킷이었지만, VF-31 지크프리드에 비하면 순식간에 오징어가 되는 느낌? 어쨌든 새로운 변형 기믹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무조건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반다이가 절치부심하고 만들어낸 훌륭한 변형 프라모델이네요 :-)
MacrossDelta VF-31J Siegfried [Hayate] | 2016.6 | ¥5,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