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10 Photo Zoom Review
● 마크로스, 그리고 발키리의
로망
건담을 좋아하고 메카닉을 좋아하는 올드팬들에게 있어서,
건담 다음가는 매력적인 메카닉을 꼽는다면? 아마도 마크로스의 발키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건담보다는 조금 늦게 데뷔했지만, 거대한 변형 전함과
더불어 로봇과 비행기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발키리는 80년대 중반 당시
엄청난 컬쳐 쇼크였습니다.
많은 메카닉 매니아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변형",
"변신"이라는 단어에 약합니다. 일단 변신이 된다는 기능성은
굉장한 매력이니까요. 발키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로봇의 형태와, 비행기형태,
그리고 보나스로 거워크 형태라는 새로운 변형 스타일을 보여주는 매력덩어리입니다.
중요한건 그 변형과정이나 기믹, 메카닉 스타일이 매우 그럴 듯 하고
나이스하다는 점이지요.
과거 발키리 변형킷은 반다이에서도 여러 차례 발매되었으나,
워낙 오래전 킷이라 변형퀄리티나 프로포션은 확실히 구판스러운 면모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이후에 하세가와에서 변형이 아닌 고정형태로
파이터 모드나 배트로이드 모드의 킷이 발매되었으나, 하세가와는 SF킷이
주종이 아닌, 비행기의 명가였기 때문에 SF 전투기 컨셉의 우주인용(-_-)
킷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지요..
사실, 최근에 엄청나게 발전한 반다이의 기술력이라면,
이 발키리를 완벽한 변형체로 거듭나게 해주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마크로스의 판권은 굉장히 복잡하게 꼬여있어서 반다이가 킷으로
다시 만들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거시기한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오랜만에 새로운 TV판 마크로스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마크로스 프론티어"의 방영과 동시에 반다이는
이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프라모델 판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과거의 발키리는
아니지만, 이 새로운 발키리에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리고 2008년, 드디어 메카닉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완벽한"
발키리가 탄생합니다..
● 완.전.변.형.
일단 마크로스 F의 발키리는 과거의 발키리와 달리
매우 세련된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과거의
톰캣 스타일의 이중 수직 미익구조와 트윈 엔진구조를 유지하되,
라인이 완전히 리파인되었습니다. 또한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프라모델화를
염두에 두었고, 구판 발키리와는 기수부분의 변형방식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이 새로운 발키리의 변형구조는 대부분 과거의 발키리와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변형의 완성도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MG 제타 2.0이 나왔을 때, 1.0과는 다른 얄쌍한 웨이브라이더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었습니다만.. 이 새로운 발키리는 제타2.0의 기믹을
훌쩍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주지요. 한마디로 옆에서 보면 정말 제대로
슬림한 전투기 형상으로 변형됩니다!
언뜻 보면 변형방식이 조금 어려워보이지만, 기수부분만
잘 처리하면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다만 기수를 돌릴 때 상체장갑
가운데가 걸리적 걸리긴 한데, 몇 번 연습(?)해보면 무리없이 회전이
가능하지요.
특히 가슴-어깨-등판-날개-사이드 아머에 이르는 5개
부위가 교묘하게 지그소 퍼즐처럼 결합되는 상단 장갑부의 구성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구판과 달리 머리가 몸체 아래로 가는게 아니라 몸체 중앙에
파묻히는 형태라서, 장갑들의 조합이 쉽지가 않음에도 불구하고 쪼가리쪼가리
교묘하게 맞물리도록, 기막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다만 하도 쪼가리 쪼가리 장갑들을 모으다보니, 완전히
밀착된 형태로 모으기가 조금 빡세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몸체/팔/다리
등을 타이트하게 쪼듯이 모아야하는데, 특히 회전 가능한 ㄷ 자 모양의
고관절을 몸체 안쪽으로 최대한 밀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쨋든 초슬림 파이터 모드로 변형시키고 났을 때의
그 짜릿한 전율은... 쵝옵니다 ㅠ_ㅠ)b
마지막으로 변형 후에도 관절들이 모두 충분히
뻑뻑해서, 흐트러짐 없이 고정성이 좋다는 점에서 비로소 "완벽변형"이
완성되는 느낌입니다. 굿!
● 지구인을 위한
배려
이 킷을 만들면서 느낀 주요한 포인트는, 데칼/스티커
부분입니다. 에어로풍 킷 특성상 여러 가지 다양한 문양과 아이콘들이
붙게되는데, 보통의 에어로풍 킷이라면 습식데칼로 넣어주기 마련이지요.
(하세가와가 그렇듯이..) 하지만 습식데칼은 초보자에게 조금 난해한
아이템이고, 결정적으로 변형킷에 있어서 습식데칼은 완전 쥐약입니다.
습식데칼 부착후 변형을 시키다보면, 약한 접착력 때문에
아마 우수수 데칼들이 떨어질 것이고, 그걸 막자니 마감제를 뿌려야합니다만..
마감제 조차 익숙지 않은 지구인들에겐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또한
마감제를 입히고 말고는 개인 취향에 가깝기 때문에, 여러모로 거시기하죠.
반다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깔끔하고 품질좋은
습식데칼 한 장과 함께 똑같은 모양의 투명스티커 씰을 동봉해주었습니다.
보통 스티커 씰은 데칼보다 지저분하다, 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 새로운
발키리 킷에 들어있는 스티커는 조금 다릅니다.
스티커의 인쇄상태가 매우 좋고, 바로 떼서 붙여도
전혀 이질감이 없도록 잘 만들어져 있어서.. 습식데칼의 필요성을 거의
느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접착력도 엄청나게 좋아서, 왠만큼 손으로
비벼대도 좀체 떨어지지 않는 등, 변형킷을 위한 배려가 물씬 풍겨나지요.
물론 강한 접착력 때문에 주의해서 붙여야 합니다. 저도 한군데 잘못
붙여서 떼고 다시 붙이느라 지저분하게 붙어 버렸어요 ㅠ_ㅠ (어느 부분인지
찾아보삼!)
물론 어깨부분이나 날개부분등 곡면이 있는 부분에서는
조금 떠 보이는 면이 있지만, 최소한 몸체부분만큼은 정말이지 역대
최강의 스티커 퀄리티라 할 수 있습니다. 데칼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오히려 데칼보다
스티커 품질이 더 좋아보이는 킷이니까요 :-)
● 현란한 패널라인
그야말로 "현란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이 킷의 패널라인은 반다이 킷중에서도 최고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패널라인 메카닉의 대명사는 MG 페담이었습니다만.. MG 페담의
라인들은 이 새로운 발키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단 라인 자체의 양도 많거니와, 에어로풍 킷답게
패널라인이 얇고 얕아서, 먹선작업이 빡셉니다. 먹선펜을 써도, 에나멜
흘려넣기를 해도, 굉장히 신경쓰이는 구조이죠. 게다가 몸체 구석구석
어찌나 패널라인이 많은지 좀 피곤한 면도 있구요..
그치만.. 가조샷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먹선처리가
안되면 좀 심심한 킷입니다. 물론 스티커질로 어느정도 화려함을 부각시킬
수는 있지만, 역시 좀 밋밋한 감을 지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먹선질로 인한 디테일업 효과가 아주 뚜렷한 킷이기도 하구요.
제 경우는 일단 이중 먹선은 포기하고, 여러 가지 고민해보다가
그냥 검은색 기본 건담마커로 적당히 진한 먹선처리를 했습니다. 먹선펜으로
얇게 먹선넣는 방법은 간단한데, 그냥 슥슥 그어주고 손가락이나 지우개로
열심히 문질러서 먹선을 얇게 넣는 방법입니다. (물론 도색하지
않은 가조상태에서만 가능)
손가락 지우기 신공 (주로 엄지손가락)을 잘 쓰면,
먹선은 정말 깔끔하게 넣을 수 있으나, 먹선 넣을 곳이 하도 많아서
아마 지문이 닳도록(-_-) 문질러야 할거구요.. 지우개를 쓰면 깔끔하긴
한데, 지우개는 선을 좀 파먹는 경향이 있어서 선이 깔끔하게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손가락으로만 하면 잉크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아서
하얀 프라표면이 조금 거무튀튀해줄 수 있는데, 이때 지우개로 살살
문질러서 검은 때만 벗겨내면 다시 하얗게 됩니다. 고로 제가 추천하는
먹선방법은 먹선펜 + 손가락 지우기 신공 + 지우개 마무리 의 3단계
방법입니다. (선택은 여러분 자유)
어쨋든, 고생스럽긴 해도 먹선작업의 쾌감 또는 보람은
확실한 킷이기 때문에, 시간여유가 되신다면 꼭 먹선질을 해보시길 권장합니다.
● 종합평가
변형킷이다보니 변형 자체에 집중해서 평가한 면이
있는데, 뒤집어 말하면 변형 기믹 외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게 좋기
때문입니다. 최신 킷 답게 팔다리에 내부프레임이 있긴하지만, 그냥
뼈대 수준이라 좀 밋밋하거든요. 배트로이드 모드의 경우, 변형기믹들
때문에 각선생 자세로 그럴 듯하게 다리를 벌리기가 힘들어서, 약간
다소곳한 자세로 밖에 세워둘 수 없구요. 가동성은 나쁘지 않지만 역시
가동기믹들 때문에 역동적인 자세는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눈부분의 녹색 클리어부분을 그냥 스티커로 처리하게
해놔서 모양이 좀 구립니다.. 클리어 그린 에나멜로 한번만 쓱삭 칠해줘도
훨씬 폼이 나지만, 어쨋든 녹색 클리어파츠로 분할해 넣어줬다면 정말
럭셔리한 킷이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어쨋든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완벽에 가까운 변형기믹과 튼튼한 관절들 때문에 모든 것이 커버되는
킷입니다.
그런데.. 킷의 퀄리티는 매우 훌륭하지만.. 올드팬
입장에서는 오리지널 발키리가 아니라서인지 정신적 감흥은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시티헌터의 사에바료가 타던
올드 타입의 로버 미니는 정말 예뻤지요.. 십여년이 흘러 BMW가 로버를
인수한 후 재탄생된 미니는, 그 디자인 컨셉을 유지하면서 성능적으로
기능적으로 엄청나게 업그레이드 되긴 했습니다. 정말 나이스하고, 정말
탐날 만하고, 정말 좋은 차지만.. 올드타입의 미니가 가진 향수와 느낌과는
오히려 거리가 멀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이 킷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발매와 동시에 품절사태를
빚을 정도로 초인기에 호평이 이어졌다곤 하지만, 실제로 만들어보니
정말 공들여 설계한 느낌이 들지만, 뭔가 모르게 감흥이 조금 떨어집니다.
올드팬의 푸념일까요? ^^; 반다이가 판권문제를 해결하고, 오리지널
발키리시리즈를 줄줄히 이만한 퀄리티로 내준다면 조금은 회복되겠지요.
어쨋거나 저쨋거나, 킷의 품질은 확실히 좋습니다.
메카닉을 좋아하고 마크로스를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특히나 "변신"에
약한 매니아라면, 반드시 한번 찍고 넘어가봐야 할, 메카닉 프라모델의
이정표같은 킷이랄까요? 건담류에서 볼 수 있는 변형과는 차원이 다른
변형을 맛보고 싶다면, 필 조립 킷입니다.
발키리를 완벽변형으로 재탄생시켜줘서 고마워 반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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