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R 1/100

Walker Gallia

Kit Review

가조립 + 먹선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RRR 워커개리어가 출시되었습니다. 원래 RRR 시리즈의 컨셉은 80년대 유명 메카닉들을 최신의 기술로 되살리자는 것이었죠. 그리고 RRR 시리즈 발족의 동기가 된 메카닉은 다름아닌 이 워커개리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워커개리어는 전투메카 자붕글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메카닉으로서, 여러 가지로 독특한 인상을 주는 메카닉입니다. 당시 1/144로 출시되었던 워커개리어가 1/100으로도 출시되기 위해 목형 프로토타입까지 공개되었었지만, 불행히도 상품화로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자붕글 애니 팬들에게는 나름 아픈 추억이기도 하고, 개발단계에서 손 놔야 했던 반다이 개발자들에겐 나름 한맺힌 아이템이었던 듯 합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 자붕글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인지도가 매우 낮습니다. 자붕글 메카닉 자체는 과거 80년대에 한국에서도 킷으로 존재했고, 또 수퍼 태권V가 패러디(?)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소개된 적은 거의 없고, 가뜩이나 메카닉 재패니메이션 골수팬이 아니라면 워커 개리어는 듣보잡인 것이 사실이죠. 어쨋든 메카닉의 인지도나 인기에는 전혀 의존할 수 없이, 킷으로서의 품질과 색다른 스타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킷입니다.

배경이 이렇게 좀 복잡하다보니, 막상 RRR 시리즈가 시작하고도 4번째가 되어서야지나 워커 개리어가 출시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만큼 다른 RRR 시리즈와는 나름 차원이 다른 킷으로 탄생하였습니다. RRR 시리즈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많은 올드팬들이 기대감을 보였으나, 첫 작품인 레이즈너는 "옛날의 감동을 망쳤다"라는 악평이 쏟아질 정도로 뭔가 모르게 어정쩡한 품질로 나와 버렸지요. 물론 당시 반다이 개발진 내의 인원이동으로 레이즈너 개발진이 교체되는 바람에, 이래저래 거시기한 품질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어쨋든 첨엔 좀 그랬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개발진이 의욕을 갖고 개발한 엘가임은.. 퀄리티는 급격히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뭔가 모르게 알 수 없이 이질적인 느낌의 킷이 되었구요...

자, 이렇게 우왕좌왕하던 RRR 시리즈는, 본래의 목적이었던 워커 개리어에 와서 드디어 정착합니다. 반다이다운 퀄리티, 장인정신이 보이는 설계,적당한 관절강도와 보기보다 나이스한 가동성, 완벽한 색분할.. 원래 반다이 MG 수준의 퀄리티와 손맛, 느낌 (혹은 그 이상)의 결과물로서.. "이제야 좀 제대로 만들었네" 라는 느낌입니다.

반다이 개발자들이 누차 언급했고, 별도의 기념책자까지 제작/동봉할 정도로 개발자들의 애착이 강한 킷이라서인지..  킷을 만드는 내내 확실히 공들인 킷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외부 장갑을 언더게이트로 처리해주었다던지, 고급 고무재질의 타이어 부품이라던지, 조그마한 노란 볼트 하나까지 세심하게 색분할해주었다던지, 모든 부분에서 개발자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는 드문 킷입니다.

물론 MG 자쿠 2.0 수준으로 반다이가 사활을 걸고 만든 듯한 절정의 장인정신은 아니지만, 킷의 인지도에 비해서는 정말이지 오버스러울 정도로 신경쓴 느낌이 들지요. 어쨋거나 킷의 퀄리티가 좋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MG가 아니라서인지, 내부 프레임 쪽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 티가 납니다. 머리 뒤와  다리 뒤쪽을 제외하면, 메카닉 프레임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몸통과 팔뚝,허벅지 등에 프레임이 있지만, 아무런 디테일이 없기 때문에 그냥 뼈대의 느낌이지요.

다소 커보이는 덩치 때문에 관절강도가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딱히 어느 한곳 헐겁거나 뻑뻑한 곳 없이, 아주 적당한 수준입니다. 팔과 다리의 가동범위도 생각보다 커서, 꽤 역동적인 포즈 재현도 가능하구요. 다만 발이 크긴 한데 뭔가모르게 지면과 밀착되는 접지감은 없습니다. 물론 워낙 대발이라서 중심이 흐트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연질고무 재질의 발바닥과 가동식 발가락 (?) 때문에 각이 좀 안잡히는 경향이 있지요.

전반적인 옵션파츠들도 설정에 충실하게 풍부한 편인데, 독특한 모양의 부메랑 이디엄은 빨간 탄환부까지 모두 색분할되어 있어서 입체감도 뛰어납니다. 특히 뽀나스로 들어있는 조그마한 레그타입 2기는 아주 귀엽고 앙증맞아요. ^^

결론적으로, 킷의 품질은 이전의 RRR 시리즈의 불평을 싹 날려버릴 만한 수준입니다. MG와 동급 혹은 몇가지 부분은 MG보다 우월한 부분도 있구요. 건프라와는 다른 독특한 손맛도 일품이지만.. 메카닉 자체의 인지도가 가장 큰 관건일 듯 싶습니다. 만약 자붕글 팬이시라면 이 킷은 엄청난 선물이 될테지만, 대부분의 분들께는 특이하게 생긴 건프라 불감증 치료용 킷으로 사용될 듯 하네요 :-)

RRR Walker Gallia | 2008.4 | ¥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