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부진으로 단종된 듯 보였던 UCHG 라인업에 혜성과
같이 나타난 기대작! 바로 1/35 코어파이터입니다. 다른 어떤 1/35 UCHG
킷보다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을 정도로, 코어파이터의 명성과 카리스마는
역시 대단합니다.
일단 무엇보다도 크고 묵직한, 거대 스케일의 코어파이터라는
점에서 올드팬을 마구 자극할 만한 설정의 킷입니다. 밀리프라의 성격을
지향하는 UCHG 라인업이니 디테일은 당연히 훌륭할 것이고, 빅
스케일이기에 가능한 다양한 내부 기믹들이 기대될 수 있겠지요.
일단 뚜껑을 까고 만들어본 소감은.. 예상했던 대로
군프라적 성격의 프라라는 점입니다. 스냅타이트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일부 본드칠 없이 조립하기가 힘들고, 디테일은 매우 정교하지만
내구성은 떨어지는 킷이랄까요. 코어블록으로의 변형기능과 각종 미사일,
플랩, 덕트의 가동기능 때문에 가동식 피규어로서의 건프라적인 느낌이
있긴 하지만,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역시 군프라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쉽게 말해서 조립시의 손맛을 느끼는 류의 건프라 킷이
아니라, 부품들을 잃어 버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살살 조립해야 하는
킷입니다. 제 경우도 결국 수직미익의 항법등과 기수 밑의 조그만 부품
하나를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렸습니다.. ㅠ_ㅜ 너무 작아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군요.. 여러분들도 조심하세요 흑흑.
UCHG 코어파이터를 완성하고 나면 일단 그 크기에 감동하게
되구요, 그 다음으로 불안한 내구성 때문에 기분이 찜찜해집니다 ;;
가동부가 많은 편이라서 내구성이나 부품 결합성 문제가 더 예민하게
느껴질텐데, 어쩔 수 없이 곳곳의 본드칠로 취약한 내구성을 보상해야
할 듯 합니다. 특히 기수와 몸체를 함께 결합하는 덕트부분의 고정이
부실해서 잘 빠지고, 날개 중간 부분도 본드로 붙이지 않으면 쉽게 균열이
생깁니다. 특히 조종석 부분의 각종 장비들은 본드칠 없이 조립하면
내부에서 거의 분해되어 버리므로 (-_-) 도색이나 데칼질을 진행하면서
하나하나 꼼꼼히 고정해두어야 할 듯 하구요.
랜딩기어 커버부분도 좀 문제인데, 앞쪽은 가동식,
뒤쪽은 탈착식이라 앞쪽 랜딩기어부는 그런대로 봐줄만 합니다. 문제는
뒤쪽 랜딩기어 커버인데.. 오픈된 상태로 조립하면 거의 고정이 안되서
본드로 고정하지 않으면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그와 더불어 상판의 내장미사일 경첩부에도 조그마한 커버부품을 올려놓게
되어 있는데, 말 그대로 고정부없이 올려놓기만 하는 파츠라서 작은
충격에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본드로 붙이면 내장 미사일의 오픈에
지장이 있고, 그렇다고 올려놓자니 툭하면 사라져서 그야말로 계륵같은
파츠인데.. 과연 이렇게 설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 의아할 정도네요.
가동 기믹의 관점에서는 코어블록 변형, 내장 미사일
걔폐기능, 수직미익의 플랩 가동, 조종석의 회전연동 등이 충실하게
재현되었습니다. 다만 거대스케일만의 아주 스페셜한 무언가는
느끼기 힘든데, 대부분의 기능이 PG는 물론 MG에서조차 구현된 것들이라
새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동기믹의 내구성 면에서는 건프라처럼
튼튼한 느낌은 없고 조심조심 만져야 하는 킷이구요.
어떻게 보면 가동기믹과 밀리적 디테일을 양립시키려다보니
여기저기서 설계미스 포인트가 나온 듯한 킷입니다. 특히 "거대스케일의
코어파이터"만 생각하고 건프라적인 기대감으로 조립하면 좀 짜증이
날 수도 있는 킷이므로, 그냥 한땀 한땀 붙여 만드는 군프라를 만들
생각으로 접근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듯 하네요.
기대감이 커서 그런지 왠지 그 외의 아쉬운 점들도
많은 킷인데.. 항법등을 클리어파츠로 제공하지 않은 점, 캐노피 기믹
때문에 기수부분이 완전히 수납되지 않는 점, 랜딩기어를 가동식으로
구현하지 않은 점, 피규어의 색분할을 포기한 점 등등이 눈에 밟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말할정도는 아닌데.. 습식데칼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저처럼 그냥 먹선과 데칼질만으로 완성하려 해도
12시간 정도의 추가작업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수많은 습식데칼들을
한땀 한땀 붙이다보면 MG 시난주의 수많은 드라이데칼 따위는 가소롭게
느껴집니다 -.- 덕분에 만들고 리뷰하는데 꼬박 일주일 이상 걸린
것 같네요.
군프라를 만드는 관점에서 본다면 조립이 꽤나 수월하고
깔끔한 킷이겠지만, 건프라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뭔가 조립감도 그냥
그렇고 완성하고도 불안불안한 킷이랄까요? 문제는 상당수의 관심자/구매수요자들이
건프라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점이고, 건프라의 상징 코어파이터를
만들면서 군프라같은 예민한 조립감과 내구성에 조금 당황할 분들이
많을 듯 합니다.
한마디로 그냥 있는 그대로 "커다란
코어파이터를 만들고 싶다"에만 충실하거나, 애초부터 도색과
데칼링을 즐기는 분들에게 권할 만한 킷입니다. 다만 가조만으로는 뭔가
심심한 킷이라서.. 귀찮더라도 먹선이나 데칼링은 어느정도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고생스럽더라도 일단 하고 나면 확실히 효과는
있거든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건프라 역사에 나름 한 자리 할
수 있을 만한 기념적인 킷이긴 합니다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UCHG 특성상 소량 생산에 재판도 잘 안하기 때문에
관심있다면 일단 질러두는게 맞을 것 같은 킷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디테일이 조금 단순하더라도 쉬운 조립, 정교한 기믹과 내부 프레임등이
강조되는 건프라적인 거대 코어파이터가 더 탐이나는 걸보니.. 그동안
스냅타이트식 건프라에 너무 길들여졌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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